라면을 끓였다. 다른때와는 달리 물을 충분히 넣고 면을 불린후 영감을 불렀다.
" 탕을 해 놨구만! " " 영감, 날이 추우니 뜨듯한 국물 먹으라고 일부러 그랬구마"
이 영감 국물을 다 따라내고 먹는다. 윗지방에 봄눈이 오면서 추워져서 좀 따시게 먹으라 했는데
참, 말은 더럽게 안듣는다. 하긴 그제 혈액검사결과 너무 건강하다는 의사의 말이 있었으니......
아닌게 아니라 영감은 몸이 따듯하다. 나는 몸이 차거워 추위를 얼마나 타는지....
뜨듯한 국물을 먹고 나니 이제 살겠다.
목련까지 피고 모란순 까지 올라오고 있는데 왠 눈이며, 허긴 목련이 얼지 않는것만 해도 다행이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을 물으면 나는 단연코 돼지국밥이라 한다.
맛으로 치면 나는 전생이 서양사람인지 기름진걸 잘 먹는다. 버터, 치즈, 부드러운 햄, 피자, 빵, 등등.....
해외여행을 가도 나는 현지 음식을 잘 먹고 다녔다.
그러나 돼지 국밥은 또 다르다. 첫째 가격이 싸다. 이 서민적인 국밥을 귀까지 시린 한겨울에 먹으면
배도 부르고 몸도 따듯한게 어느 부자 부럽지 않은 음식이다. 특히 비게에 껍질 붙은 수육을 먹으면
황홀하기 까지 하다. 껍질 하나도 푹 삶아서 소금에 찍어 먹으면 그 고소한 맛과 함께 어린시절의 추억과 함
께 우리 엄마가 보고 싶어지기도 한다. 엄마는 고기를 며칠 못 먹으면 먹고 싶어 참을수가 없다 하셨다.
나도 한참 못 먹으면 고기 생각이 나니 난 엄마를 닮았나 보다.
더구나 가격조차 싸니까 내가 누구에게 사기도 부담없고 얻어먹어도 부담이 없는 음식이다.
근데 영감은 소고기만 고집한다. 소고기는 구워먹다가 남은걸 냉장고에 넣어두면 딱딱해져서 먹을 수가 없다.
그러나 돼지고기는 다시 찌면 또다시 부드러운 맛이 살아난다.
서양음식은 살을 찌우니 내가 먹기를 주저하게 한다.
지금도 기억하는 서양음식은 태국의 오성급 호텔에서 먹었던 조식뷔페다. 내가 고른것은 흰 쌀죽에다 바싹구운
베이컨이었는데 흰죽의 담백함과 구운 베이컨의 그 고소함은 정말 근사했다. 집에 돌아와 베이컨을 사다 구워
먹어 봤지만 요리방법이 다른지 별로였다. 치즈의 고소함, 생크림의 그 부드러움과 고소함 입에 넣으면 사르르 녹으며
그대로 목으로 넘어가는 기분좋은 맛, 버터로 구운 빵에다가 야채, 토마토케챱, 오이피클, 머스터드, 정말 맛있지만 자제를 할수 밖에 없다. 내가 그렇게 먹다가는 100키로 넘는건 일도 아닐것이다.
클때부터 음식투정 안하고 아무거나 잘 먹었다. 뜨거운 음식은 뜨거운대로 맛이있고 차거운 음식은 차거운 대로 맛이 있고 밥이 질면 질어서 좋았고 밥이 되면 된대로 또 그 꼬들꼬들한 맛으로 먹었다.
내 친구중 하나는 젊을때 날보고 색갈을 확실히 하라고 다그쳤지만 회색도 있는 세상인데 와그라노 했었는데
그 친구가 나이 칠십에 이젠 회색을 인정한다고 젊은날의 그 패기를 반성했다.
그래, 이리 둥실둥실 살아가면 되는데.....
내가 좋아하는 詩중에 박재삼 시인의 삼한사온 인생 이란 시가 있다. 어릴적 형부의 교사들에게 나오는 책에서 봤는데
그 어린나이에 어떻게 그 詩가 가슴속 깊이 박혔는지 나도 모르지만 그 끝구절은
그런데 놀부같은 놈이 있어......
그런데 놀부 마누라 같은 년들이 있어........
그렇게 끝나는 詩였다. 그때부터 나는 놀부 마누라 같은 년은 되지 않겠다고 생각하지 않았나 싶다.
오늘도 일어나 기도문을 쓰고 이젠 색칠하기공부를 할 예정이다. 색연필을 사고 크레용까지 샀으니 한번 해 봐야지...
이 부족한 내게 좋은 아들, 좋은 며느리 주심, 참으로 감사하다.
고맙습니다, 하느님아부지, 예수님, 울엄마성모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