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저물어 가는 해

지나19 2024. 11. 4. 09:25

또 컵라면으로  아침을 먹었다.

여름이 덥다 해도  어느듯 따듯한 잠자리가  좋아지는  계절이 되었다.

전기 장판이 고장이 나서 냉골에  잠을 자니 아침에 일어나기가 힘이 든다.

그리고  일어나면 따듯한 국물이 그리워져  컵라면으로  아침 첫 식사를 해결한다.

 

내일 모래면 이사를 간다.

다 늙어서 이사 가는것은 조금 서글픈 일이지만  그래도 이제 마지막 쉼터로 간다고  마음을 달랜다.

요즈음 허리 아프다고 외출을 잘 안하니  몸은 모든곳이 점점 퇴화되는 기분이다.

마침 이사가는 집 옆에는 산이 있어  산책을 하기 좋은 곳이고  조용하니  마음을 다스리는 시간을 만들고 싶다.

막상 이사 갈 날이 가까워지니 영감은 조금씩 준비를 하는데 왜 내가 그리 애를 태웠는지  후회가 되기도 한다.

 

젊을적엔  나중에 늙어서 편안하고 재미 있을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나이가 드니   시간은  넘치고   몸은 따라가지 않고

돈은 병원으로 다 가버리고   몸도 마음도 늙은 할매는  내 새끼가 보고 싶어도   참아야 되고  이쁜 손자가 와도 이젠

좀 오래 있으면  내가 힘들어서  쫒아 보내버린다.  젊을땐  붉은 장미였다면 이젠 시들어버린 잿빛인생이  되어 버렸다.

 

지난번 우리집에 온 큰 손자놈께 물었다. 그 애들은 이번에 새 아파트를 분양받아 입주했다.

그 손자놈께  " 할매, 너 집에가서  자고와도 되? "   " 음.....  방이  작은데요."

작은 손자놈께도 물어봤다.  이놈은 침대에서 자면 된다고  한방에 정리를 해 준다.

아무래도 큰놈은  큰놈 만큼  생각은 더 많아서 빠른 대답은  힘들었으리라.

 

내마음도  좀 꼬이는지  속으로 지껄인다.  " 그래  임마,  나도 자고 오고 싶지는 않아  "

그 멀리 가는것도 힘들고  함께 자는것도  안 편하다.  치질 수술과  나이로  힘빠진  내 괄약근은  시도 때도 없이 하품을 한다.  또 잠꼬대가 심해서 다른사람과 같이 자는것은 내가 편하지 않다.

 

오늘은 은행에 가서 정리할건 정리하고  영감께 집값 잔금을 받아  내 통장에 넣어야 된다.

내일 관리사무소로 가서 잔금 정리를 하고  예수님, 성모님 고상을 모시고 가서 우선 부엌 싱크대 위에 모시고 성수를 뿌리고  간단한 기도를 드리고 올 것이다.  이젠 새로운 삶이 시작이 되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