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컵라면으로 아침을 먹었다.
여름이 덥다 해도 어느듯 따듯한 잠자리가 좋아지는 계절이 되었다.
전기 장판이 고장이 나서 냉골에 잠을 자니 아침에 일어나기가 힘이 든다.
그리고 일어나면 따듯한 국물이 그리워져 컵라면으로 아침 첫 식사를 해결한다.
내일 모래면 이사를 간다.
다 늙어서 이사 가는것은 조금 서글픈 일이지만 그래도 이제 마지막 쉼터로 간다고 마음을 달랜다.
요즈음 허리 아프다고 외출을 잘 안하니 몸은 모든곳이 점점 퇴화되는 기분이다.
마침 이사가는 집 옆에는 산이 있어 산책을 하기 좋은 곳이고 조용하니 마음을 다스리는 시간을 만들고 싶다.
막상 이사 갈 날이 가까워지니 영감은 조금씩 준비를 하는데 왜 내가 그리 애를 태웠는지 후회가 되기도 한다.
젊을적엔 나중에 늙어서 편안하고 재미 있을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나이가 드니 시간은 넘치고 몸은 따라가지 않고
돈은 병원으로 다 가버리고 몸도 마음도 늙은 할매는 내 새끼가 보고 싶어도 참아야 되고 이쁜 손자가 와도 이젠
좀 오래 있으면 내가 힘들어서 쫒아 보내버린다. 젊을땐 붉은 장미였다면 이젠 시들어버린 잿빛인생이 되어 버렸다.
지난번 우리집에 온 큰 손자놈께 물었다. 그 애들은 이번에 새 아파트를 분양받아 입주했다.
그 손자놈께 " 할매, 너 집에가서 자고와도 되? " " 음..... 방이 작은데요."
작은 손자놈께도 물어봤다. 이놈은 침대에서 자면 된다고 한방에 정리를 해 준다.
아무래도 큰놈은 큰놈 만큼 생각은 더 많아서 빠른 대답은 힘들었으리라.
내마음도 좀 꼬이는지 속으로 지껄인다. " 그래 임마, 나도 자고 오고 싶지는 않아 "
그 멀리 가는것도 힘들고 함께 자는것도 안 편하다. 치질 수술과 나이로 힘빠진 내 괄약근은 시도 때도 없이 하품을 한다. 또 잠꼬대가 심해서 다른사람과 같이 자는것은 내가 편하지 않다.
오늘은 은행에 가서 정리할건 정리하고 영감께 집값 잔금을 받아 내 통장에 넣어야 된다.
내일 관리사무소로 가서 잔금 정리를 하고 예수님, 성모님 고상을 모시고 가서 우선 부엌 싱크대 위에 모시고 성수를 뿌리고 간단한 기도를 드리고 올 것이다. 이젠 새로운 삶이 시작이 되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