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베란다까지만 나갈수 있도록 했다.
야웅이는 베란다에 화장실이 있어 우리는 추운 겨울엔 문에다가 비닐을 치고 아랫쪽에 구멍을 내어 야옹이가 드나들수
있도록 했다.
안방 큰 방은 두 아들놈에게 내어 주었기 때문에 우리 부부는 부엌옆 작은 방에서 잠만 자고 생활은 거실에서 하니
별 문제가 없었다, 불면증으로 고생하는 영감은 마루에서 티비를 새벽까지 보다가 그만 마루에서 자기 시작했다.
겨울이면 야웅이는 하루종일 영감 팔을 베고 같이 누워자고 같이 놀았다.
내가 외출했다 돌아오는 발자국 소리를 알아듣고 현관문까지 배웅을 나오고 했는데
손키스는 잘 해 주었지만 눈으로 사랑한다는 말은 자주 하지 않았다. 또 오래 안기어 있는걸 싫어했는데
그놈은 내가 지 어미에게서 납치 해온걸 잊어버리지 않는지 친해지는데 시간이 생각외로 오래 걸렸다.
젖도 못뗀 어린놈은 키워준 집사를 어미로 생각하는데 이놈은 젖떼고 형제들과 우다다다 뛰어놀다가 손에 잡혀서
졸지에 낮선 집에 왔으니 내가 생각해도 기가 막힐 노릇이다.
내가 천천히 눈을 깜빡이면 이놈은 그냥 쳐다만 보다가 내가 계속 눈을 깜빡이면 부끄러운듯이 슬며시 시선을 옆으로 돌리곤 했다. 그렇게도 마음을 주지 않더니 언젠가 부터는 내게 안기기도 하고 꼬리를 갖다 대기도 하며 좋아한다고 말하기
시작했다. 가끔은 내 배위에 올라 식빵을 굽기도 했다. 그러나 그 눈빛은 우리 꼬맹이 처럼 따듯하진 않았다.
그러다가 한번은 이놈이 열린 현관문으로 도망을 갔다. 따라가니 따라올라면 따라와 보라는 듯이 위를 연신 돌아보며
도망을 갔다. 어쩔수가 없었다, 잡을수가 없으니 우리는 도리가 없었다. 그날밤 새벽 두시쯤 현관문 밖에서 야웅하고
문열어 달라고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현관문을 열어보니 야웅이가 와 있었다. 엉망이 된채로.....
짜쓱, 도망을 가 봤지만 동네 숫놈들에게 직사코 맞고 집으로 온 것이었다. 수술을 했으니 수컷홀몬도 부족했을 것이고
자기 영역 표시를 하겠다고 아무리 스프레이를 해도 영역표시도 되지않고 다른 숫놈들과 싸우니 지도 역부족이었을것이다.. 그 새벽에 들어온 놈을 목욕을 시키고 법석을 떨기를 세번을 하더니 다시는 현관문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떠밀어도 나가지 않는 그놈과 그렇게 살았다. 녀석은 성격이 아주 점잖은 놈이었다,
한번은 나갔다 오니 전기 밥솥위에 엎드려 있었다. 내가 꾸중을 하며 코를 얼마나 때려 주었던지 그놈은 부엌쪽은 얼씬도 않게 되었다. 빨래를 널어놔도 그것한번 잡아 당겨 노는 법이 없이 내가 해 놓은것은 절대로 손을 대지 않았다.
눈 깜빡이는 아주 가끔씩 해 주었다. 그러나 예전 꼬맹이 처럼 그런 눈빛은 한 번도 받아보지 못하였다.
그래도 생명이 있고 몸 따듯한 놈이 옆에 하나 있다는 것 만으로도 나는 위로가 많이 되었다.
어느 추운 겨울, 녀석이 물을 먹길래 따듯한 물로 바꿔주며 춥제? 따신물 먹어라 했더니 따신물을 잘 먹었다.
미지근한것보담은 따듯한 물을 좋아하던 그놈은 그때부터 사계절 내내 따신물을 먹었다.
그렇게 그놈은 좁은 집에서 살다가 이 넓은 집에 이사와서 이 별을 떠나버렸다.
아마도 새집에 와서보니 집도 괜찮고 하니 이젠 가도 되겠다 생각하고 떠난듯, 어느날 아침 황망하게 떠나버린 야웅이.....
착하게 잘 살다 갔으니 분명히 좋은곳에 갔으리라 생각한다. 아직도 자주자주 우리 야웅이 생각을 하며
외출했다 귀가 할때는 맞아주는 이 없음이 허전 하기도 하지만 이젠 우리도 늙어 한 생명을 끝까지 지켜줄 자신이 없어
둘이서만 사는일에 조금씩 익숙해 져가고 있다. 나도 야웅이 처럼 그렇게 깨끗하게 자는 잠에 이 지구별을 떠나고 싶다.
야웅아, 내가 가면 마중나와 줄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