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정월 대 보름

지나19 2006. 2. 12. 20:35

 

 대보름인줄도 몰랐다.

 

 모처럼  집안 정리좀 한다고 혼자서  아들넘방 가구 배치를 바꿨다.

 

 엄두를 못내고 있었는데 오늘 큰 맘을 내어서 컴위치와 침대 위치를 바꾸어 보았다.

 

 누군가는 화가 나면 집안 일을 죽어라고 한다는데 화가 난 김에 정리를 하고

 

 쓰레기를 버리러 어두워진 녁에 나갔더니 하늘에 별이 보이더니

 

 아파트 건물 사이로 달이 두둥실 떠 있었다.

 

 가만히 생각하니 나도 참 재미없이 살고 있구나 란 생각이 들었다.

 

 남편도 오늘 하루종일 집에서 뒹굴며 티비 채널만 돌리고 있고 내가 아들넘 방에서 꿍꿍대도

 

 눈길한번 돌리지 않았다.  평생을 그렇게 이기적으로 사는 사람이니 내가 포기 하기로 하니

 

 마음은 편하다.  집안 대청소를 한번도 못하는 사는 집이 또 있을까?

 

 내가 일을 잘 못하니 온 집안을 들어내는 대청소는 꿈도 못꾼다

 

 그저 오늘처럼 한방 한방씩을 해 내는게 고작이다.

 

 

 윤회가 정말 있다면 난 다시는 지구로 오지 않으리라고 다짐을 한다

 

 어쩔수 없이 다시 이 세상으로 오게 된다면 결혼은 절대 않고 수도자가 되고싶다.

 

 내 삶의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였을까?

 

 별로 없었다.  어릴적 집의 화재로 손과발에 화상이 있고 그 후유증으로 한쪽 귀까지 먹어버려

 

 정보에도 유달리 어두웠다.  한쪽 귀가 안들리는 사람은 정보가 어둡다

 

 반대로 귀가 발달한 사람은 정보가 밝다. 옆사람들의 얘기까지 다 잘 듣기 때문이다.

 

 난 나하고 대화하는 한 사람의 말밖에 못듣지만 양 귀가 다 잘 듣기는 사람은 양쪽으로 다 듣기 때문인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남모르는 불편이 많다.

 

 

 어쩌겠는가?

 

 다 내 복인것을....  성당에서 말하듯이 다 내 십자가 인것을.....

 

 그러나 어찌 생각하면 이렇게 힘든삶은 축복일수도 있다.

 

 이렇게 다양한 경험을 함으로써 내 영혼은 더 살찔수 있을 것이다.

 

 

 아들넘이 출발한다고 전화가 온다.

 

 모처럼 요리를 만들어 세 식구가 오붓하게 저녁을 먹어야겠다

 

 보름 나물도 없고 오곡밥도 없지만 그래도 먹기힘든 해삼탕을 준비 해 놓았다.

 

 

 고양이란넘은 컴 하는 내 옆에서 정신없이 자고 있다.

 

 털때문에 사람이 할 짓이 아니지만 저것도 한 생명이라 생각하니  버릴수도 없고

 

 그럭저럭 같이 살아야 할것 같다. 덕택에 우리집 휴지통은 내 콧물닦은 휴지로 넘쳐나지만......

 

 

 달이 맑고 깨끗한걸 보니 올해는 좋은일만 있을것 같다.

 

 생각하는대로 일이 이루어 진다고 하니 이젠 모든걸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다 잘 될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