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다!
깜짝 놀라서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않고 한참 그녀를 바라 보았다.
이젠 많이 늙었고 안경까지 썼지만 어릴적 보았던 그녀가 틀림 없을것 같았다
아버지가 교회 목사 이셨던 그녀의 여자 형제들이 차례로 수녀가 되었다는 소문은 멀리서 들었지만
막상 그녀인듯 싶은 수녀님을 보는순간 숨이 멎을것 같았다.
그녀와의 직접적인 사건은 없었지만
그녀의 집은 우리 동네에선 제일 부자 였고 또 아버지가 목사였으며 이북말을 하던 그녀의 어머니는
내 기억으론 늙었지만 아주 미인이셨고 그녀의 세자매 역시 흰얼굴에 미인이였다.
그녀의 바로밑 여동생은 나와 국민학교 동기동창이였으며 그 세자매는 동네 머슴애들과 총각들의 선망의 대상이었었다
아버지가 목사인 독실한 기독교도들이었던 그들이 어떤 연유로 수녀가 되었는진 알수 없지만
어쨌든 그 수녀님을 보는 순간 잊어버렸던 어릴적 우리집과 그녀집이 있던 긴 골목길이 생각났다.
이종오빠가 그녀를 유달리 좋아해 그녀을 만나고 싶었으나 밖으로 불러낼 길이 없었던지
한날은 나를 불렀다. 해가 지고 어두웠는데 그집앞 대문에서 그녀의 이름을 불러달라는 것이었다.
여자인 내 목소리로 그녀의 이름을 부르면 그녀가 대문밖으로 나올거라 했다.
몇번의 망설임 끝에 그집앞으로 갔다.나는 큰 소리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영미야~~~~ 영미야~~~~~"
안에서 인기척이 났고 난 그 긴 골목길을 정신없이 도망쳐 나왔다.
이종오빠가 그녀를 만났는지 어쨌는지는 기억에 없고 난 한동안 죄책감과 두려움에 떨었던것 같다.
벌써 사십년쯤 전의 일이다.
그 수녀님이 그분이 맞는지 아닌진 알수가 없다. 근데 그녀를 보는순간 난 그녀가 틀림없다는 생각을 했는데
다시 곰곰히 생각해 보니 아닐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녀의 얼굴이 어떻게 변했는지 알수가 없으니 확인해 보기 전에는 알 도리가 없는 것이다.
그때 그 오빠는 그렇게 적극적으로 여자들을 낚았던지(?) 지금 네번째 여자와 살고 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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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이 봉긋이 나오다가 봄추위에 얼어버렸는지 꽃잎이 누렇게 떨어지고 있다.
올봄, 목련을 보기가 힘든것 같다. 개나리는 만개했는데 벗꽃도 꽃망울이 제법 굵어지고 있다
아파트 화단의 박태기나무도 꽃망울이 제법 굵어지고....
봄은 이렇게 오고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