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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일이 너무 많다

지나19 2017. 10. 27. 14:35

집옆 빈가게에 언제부턴가 과일을 다듬고 있었다.

나중에 보니 현지에서 사와서 상품을 다듬어서 시장에 납품하는 집이었다.

배를 사러간다고 가보니 그랬었다.  그날은 못난이 사과를 큰 상자로 하나 사서 말리고

이제는 또 못난이 배를 한 상자 말리고 있는 중이다. 사과는 새콤달콤 맛있고 배는 말려놓으면 엿처럼 쫄깃쫄깃한게 얼마나 맛이 있는지 작년에 처음 먹어보고 일년을 기다려 만들게 되었다.

사장님께 감까지 부탁 해놓았으니 올겨울은 말린 과일들로 푸근 할것 같다.

벌써부터 손자놈이 배를 얼마나 맛있게 먹을까 궁금해지는 할매의 마음이다.


어제는 유치원계 모임이 해운대에서 있었다.

지하철 장산역에서 내려 택시로 청사포로 갔다.  기사 아저씨는 스카이 워크란걸 처음 들어본다 하시면서 신기해 하셨다.  바다위에 다리를 놓고 군데군데 유리를 깔아 바다가 보이게 하고 또 어떤곳은 구멍이 그대로 뚤린 철판을 깔아 바다가 바로 보이는 그 위로 걸어가게 만들어 놓은것이다.

친구들을 유리위로도 못걷겠다고 했지만 내가 유리위로 걸어보니 바다보다 하늘의 구름이 비춰보여 내가 구름위를 걸어가는 기분이었다.

그 바다윗길 보다는 송정쪽으로 철뚝길을 걸어가는 그것이 더 좋았다.

철길을 걸어 송정으로 가서 오랫만에 칼질을 좀 하자는 친구들과 어떤 집으로 들어갔더니

스테이크는 없고 이름도 이상한 까르보나라, 버섯밥, 소고기밥,  고르곤졸라 피자,  로 점심을 먹었다.

이런 음식은 아이들 따라가서 먹어보는 음식인데 서빙 아가씨께 이것 저것 물어보는 날 보고 친구들은 주책이라 했지만 이 늙은 할매가 그런걸 물어보고 주문하는건 당연하다는게 내 생각이다.

음식은 별로 였지만 바다는 물결도 잔잔했고 바다 색갈도 파란게 좋았다.

송정 바닷가는  신혼부부들이 사진 찍느라 드레스자락을 끌고 있고 서핑하는 젊음이 부러운, 아름다운 바다였다.



이 시월말에 모기가 무슨 말인지 모기장을 걷어내고 자다가 결국은 일어나 모기채로 일곱마리나 잡고는 다시 잠이 들었다.

오늘은 여름이불을 걷어내고 따듯한 이불로 바꾸고  텐트를 치고 잘까? 생각중이다



오늘 미사중에 신부님이 어제보다 오늘이 새롭지 않습니까?  하셨는데  나는 어찌 그날이 그날인것 같다.

아침에 눈을 뜨고 또 하루 시작하는 것도 죽음을 앞둔 사람의 경우엔 그렇게 하루가 다시 시작되는것도 기적이라 여길수 있을텐데 너무 생각 없이 사는건 아닌지 모르겠다.

나를 위하여 기도 하는건 제대로 된 기도가 아니라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다 늙고 힘없는 나는 오늘도 내 자손을 위하여 기도하는 할매가 되고있다


여름내내 손으로 빨래를 하다가 오랬만에 세탁기가 돌고 가스불 위에는 빨래가 삶기고 있다.

바쁘다.....


사는것이 너무 힘이 든다. 즐겁지가 않다.할일이 너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