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키타리나 형님의 말이 생각났다.
'주님, 이 향기를 맡게 해 주심은 무슨 뜻인지요? 저는 당신께서 저와 함께 해 주신다는것을 제게 알려주시는거라 생각 합니다만....'
자주 자주 나는 이 향냄새, 심할때는 마치 옆에서 향을 피우는듯 코가 맵고 재채기까지 나는 이 이상한 일을
말하는 내게 형님은 직접 여쭈어 보라고 하셨다.
근데, 영성체후 자리에 앉는 순간 내 입에서 나오는 기도는 ' 당신께서 다 알아서 해 주이소' 였다.
아들놈의 간곡한 기도 요청에 내가 하는 기도는 항상 두 아들놈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사 하는 기도 였다.
가끔씩은 못난 부모 만나서 고생하는 두 녀석을 불쌍히 여겨주시란 기도, 또 이번 일을 잘 넘기게 해 주십사 하는 그야말로 청원의 기도 였는데 오늘 영성체후 나오는 첫 말이 알아서 해 주이소..... 였다.
육적인 에미야 나지만 영적인 부모는 하느님 당신이 아니신가? 당신자식 당신이 얼마나 이쁘게 보살피시겠는가?여태까지 그렇게 기도 해야 한다는 말은 많이도 들었지만 정작 내 자식일은 그런 기도가 되지 않았었다.
오늘 생각지도 않았던 그 기도가 되면서 생각이 많아졌다.
모든것을 그분께 맡기고 우리는 그분의 말씀대로 살기만 하면 된다는 말이야 성당에서 수도 없이 듣는 말인데
나는 그분께 맡긴다는 말이 도대체 실행이 되지 않았었다. 오늘을 계기로 그분께 다 맡기고 그분 말씀처럼
내 이웃을 사랑하고 내 남편을 내 부모를 내 형제를 조건없이 사랑해야 한다는걸 다시 생각 하게 되었다.
이 어리석은 내가 그 사랑한다는 일을 잘 할수 있을까?
아마도 힘들 것이다. 그러나 계속 노력해야 된다는 생각을 하며 주님이 가신 그 길로 나도 따라 걸어갈 것이다
언제 부턴가 회색이 내게 맞는것 같아 회색빛 옷을 하나씩 사기 시작했고
내 반백의 머리는 올백으로 벗겨넘겨 고무줄로 질끈 동여매고 적은 머리숱을 가리기 위해 검은 리본핀을 꽃았다. 친구가 머리를 왜 그리 하냐고 물었지만 이젠 나도 할매 아이가? 하고 대답했다.
그러나 다음생엔 꼭 구도자가 되고싶다고 생각하는 나는 지금부터 연습하는거라 생각한다.
돈이 억수로 많은 할매도 생머리를 고무줄로 질끈 매고 다니는데 아우것도 없는 내가 모양낸다고 머리를 지지고 고운옷을 입는건 아니란 생각이 들긴 했다. 화장은 이 노랑꽃 핀것 같은 피부색갈에 맨얼굴로 나설 자신이 도저히 없어 요즈음은 썬 크림 하나 바르고 가루분으로 그 번질 함을 다듬고 볼연지 를 바르고 입술을
붉게 바르고 나선다. 요즈음 드는 생각이 세상에 피부가 노란 사람도 있고 검은 사람도 있지 생각 하지만
맨 얼굴로는 아직 나설 배짱이 없어 썬크림과 분을 바르고 쪼금은 이쁜 노랑으로 다니는것이다.
하느님의 진리를 이 생에서는 못깨닫고 다음생을 기약하는 내가 지금부터라도 좀 겸손해지고 삶을 수용하고
모든 사람을 사랑해야하고 이해해야한다는걸 생각한다 이 윤회의 고통의 끝은 불교식으로 말하면 내가
보살이 되어야 한다는게 내 짧은 지식으로 이해한 전부다. 우리 천주교 식으로 말하면 영원한 그분의 나라에 가는 것이리라.
사랑하자, 이해하자, 주위 사람들이 모두 고맙다. 그러나 의절한 형제들을 생각하면 마음 한쪽이 갑갑해온다
나야 최선을 다 했지만 결과는 의절하게 되었으니 나는 잘했네, 최선을 다했네... 하고 마음을 편히 가질수가 없는것이다. 나도 무언가 잘못한 부분이 있는데 내가 이해를 하지 못하는건 아닐까? 하는 마음도 생기기 때문이다.
시월의 끝자락인데도 모기가 설치니 어제밤엔 방에다 텐트를 쳤다.
모기장이 있는 창은 열어놓고 방문도 열어놓고 잠을 자니 텐트안 공기가 좀 따뜻한지 잠을 푹 잘수 있었다
요즈음 젊은 사람들 침대위에 텐트를 친다더니 쳐 보니 좋은것 같다.
하늘도 맑고 공기도 좋은 계절에 단풍도 벌써 이 도시 한가운데 까지 내려와 보는 사람도 기분이 좋다
물든 단풍처럼 늙어가는 나도 좋은데 이늙은 몸의 불편함은 좀 없으면 좋으련만.....
고맙습니다, 하느님아부지, 예수님, 성모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