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늦잠만 자던 남편이 일어나 빨리가자고 재촉한다.
왠일일까? 아무리 친구들과 여행이 약속이 되어있긴 하지만 이런 경우는 생전 처음이다.
생전 처음 남편의 재촉으로 약속 장소에 가니 약속시간 40분전이다.
편의점에 들어가 커피를 먹으며 일행을 기다렸다. 벌써 사십여년이나된 모임이다.
남편이 나를 힘들게 하면 이 모임에 가서 남편의 친구들에게 하소연 하면 남편의 친구들은 모두
내 편을 들어주며 남편을 나무라며 달띠이 얼굴에 구름이 끼게하면 안된다고 했다.
고마운 사람들이다.
12인승 봉고에 빼곡히 들어앉아 서로 우스게를 하며 거제도로 갔다.
거제야 여러번 가보지만 좋은 사람들과 스스럼없이 가는건 즐거운일이다.
봄 산의 색갈들이 얼마나 이쁜지.... 이팝나무도 활짝피고 남천도 붉은 잎을 꽃처럼 피워 올리고
붉은철쭉, 꽃잔듸, 푸른 나뭇잎위에 떡처럼 달라붙어 피었던 그 하얀꽃, 아카시아가 벌써피고 있고
해무때문에 산봉우리가 들락날락 하던 바다풍경.....
조그마한 모래톱을 끼고 있던 작은 바닷마을...... 정말 아름답다.
움직이기 싫어하는 남편도 오늘은 기분이 좋은 모양이다.
이나이에도 일을 하는 친구들이 있어 긴여행은 못가고 당일로 하는 여행, 다리아프고 허리아픈 우리 두 늙은이는 이 당일 여행이 더 좋다. 남편의 칠순기념 여행도 가지않고 남편 말대로 촬을 가지고 있는데
가끔은 여행을 가고 싶지만 아픈 다리와 아픈 허리를 생각하면 엄두가 나지 않는다
아침에 나가서 늦은밤에 들어오니 고양이 가 얼마나 뛰었는지 온집이 그놈털이다.
고양이 한 마리가 이렇게 온 집을 털로 덮다니.... 대단한 짐승이다
아침에 일어나 남편이 일어날까봐 청소기도 못돌리고 의자에 앉아 있다.
오늘도 좋은날 되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