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을 햇볕에 말리니 솜이 뽀송뽀송 살아났다. 속이 시원했다.
뽀송뽀송해진 이불을 걷어 차곡 차곡 개어서 이불장 안에다 재고나니 기분이 좋았다.
근데
자고나니 허리를 못쓰게 생겼다.
아침에 일어날 수가 없었다. 우야꼬, 오늘 쌀이 오기로 해서 집을 비울수가 없는데...
고층 아파트면 문 밖에 두라하면 되겠지만 저층아파트 그것도 일층은 도저히 그럴수 없다.
마침 아는 동생이 전화가 오더니 한의원에가서 침을 맞아보라 한다.
한의원에 갔다. 한의사, 첫마디가 살을 빼란다." 샘요, 나는 그 말만 들으면 약이 올라요, 다른 사람하고
똑 같이 먹는데 내혼자 살이 찌는거라요" " 그러면 더 적게 잡수이소" " 그라믄 어지러버요"
참, 젊은 의사도 할말이 없겠다. 다 늙어 입만 살고, 배짱만 늘어 의사도 겁이 안난다. 우야꼬..... ㅎㅎㅎ
큰 병원에 가서 그 머라나 스테로이드 주사라도 맞아볼까 하다가 조금씩 좋아져서 주저 앉고 말았다.
참는 바람에 돈은 벌었다만 이 허리는 고질병이라 고생은 죽을때까지 하게 생겼다.
며느리가 일이 있다고 오전에 잠시만 손자놈을 봐 달란다.
청소를 하고 에어컨을 틀고, 야웅이 놈도 시원한 바람에 눈을 지그시 감고 있다가 손자놈의 목소리에 화들짝 놀랐다. 문이 다 닫겨 있으니 밖에 나갈길이 없으니 손자놈을 바라보며 털이란 털은 다 세우고 하악질을 한다. 지난번에도 손자놈과 한번 붙더니 결국 야옹이란놈이 도망을 갔다.
오늘 역시 하악질 까지 하더니 결국은 열어준 문으로 도망을 갔다. 그럼 그렇지, 지놈이 내 손자 한테 져야지...
구월 본당설립사십주년기념으로 전라도 곡성의 순교성지로 여행간다는데 신부님이 한 사람도 빠짐없이 신청하란 말에 그래, 빨랑카 하는 셈 치고 신청했는데 지금은 인원수가 다 차고 대기자가 있다는 말에
사무실에 가서 취소를 했다. 이 허리로 기차를 일곱시간이나 탄다는 것은 아무래도 겁이 나서다
남편에게 가을에 어디 여행이나 갈라나 물으니 그 허리로 어떻게 갈려느냐 한다. 맞다, 나도 자신이 없긴 하다.
좋아하는 여행도 못하고 산에도 가기 힘들고 그저 성당에 가는것 밖에 아무것도 할수 없다.
또 날은 왜이리 더운지 성경의 묵시록의 한 대목처럼 불과 물이 온 세계에 퍼 붓고 있다.
예전 같으면 전지 전능하시고 한없이 자비로운 하느님이 왜 이런일이 생기게 하시느냐고 따졌겠지만
이제사 그분의 그 깊은 뜻을 헤아릴수가 없음을 알고 뜻대로 하소서... 라고 기도 하게 된다.
얼마나 나약한 인간인지, 신에게 기대지 않고서는 살수가 없다.
존재의 근원이신 그분에게 그저 자비를 베풀어 주시라는 기도 밖에 할 수가 없다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하느님아부지, 예수님, 성모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