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다.
남편이 밤12시경이 되면 귀뚜라미가 운다 했다.
예년엔 입추가 가까워지면 초저녁부터 귀뚜라미가 울었는데 올해는 지독한 폭염에 귀뚜라미도 밤이
깊어서야 울기 시작하는 모양이다.
우리가 못느끼는 사이에도 계절은 조금씩 변하고 있는 모양이다.
고추잠자리는 벌써부터 날고 있는데....
잠이 많은 나는 오늘도 8시가 훨씬 지나서야 깼다. 덕택에 성당엔 가지 않고 오랫만에 컴 앞에 앉았다.
천개나 되는 단풍나무숲길 퍼즐을 완성하고 미련없이 본드로 고정시켰다.
내가 미쳤지 하며 머리에 쥐가 나도록 맞추었더니 그래도 완성해놓으니 기분이 좋다.
고흐의 별이 빞나는밤은 여름동안 걸어놓고 가을이 되면 이 단풍나무숲길을 마루에다 걸자 하고 생각하니
우리 집에 벌써 가을이 온듯, 생각만으로도 내가 참 대견하다.
날씨가 더워지면서 한없이 게을러 지더니 기도 조차 묵주기도만 겨우 할 정도다.
그것도 레지오에서 보고를 해야되니 억지로 하는것 같다.
기도와 조배는 신앙생활에 꼭 해야되는 일이다. 세레나 형님은 그저 바위덩어리처럼 우직하게 기도 하시는데
나는 못되게도 생각이 많아 게으름을 피우게 된다. 예수님의 고통을 묵상하라 하면 나는 예수님께서 우리의
고통을 원하는게 아니실텐데...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도올 선생의 말처럼 예수님은 당신의 사상을 완성할 생각으로 죽음을 선택하셨다고 생각한다.
그 결과 정의롭고 깨인 사람들이 그의 사상을 따르고 또 전수해 줌으로써 오늘날의 기독교가 이렇게 번성 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예수님의 진정한 사상은 왜곡되어져 교회를 통하여 개인적인 욕망이 충족되어가는,
예수님의 생각과는 다른 교회가 되어가고 있는것 같아 안타깝기도 하지만 그래도 교회를 가고 하느님을 믿고
예수님을 믿는 이유는 내 존재의 근원인 하느님은 분명히 계신다고 믿기 때문이다
불교의 누군가가 말하기를 ' 중생이 부처를 억념하면 부처도 중생을 억념한다' 고 했다.
내가 하느님을 억념하면 하느님 또한 나를 억념하실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기도를 했는데 자꾸 게을러져
어제는 빈 종이에다가 그 말을 써서 예수님 성모님 고상 옆에다 놓았다.
내가 생각지 않아도 나를 생각해 주실 분이지만 내가 그분들께 기도 드릴때 더 큰 은총을 주신다는 생각에
기도를 더 열심히 하고자 함이다.
지난번 아들놈이 주는 알바를 하고나니 손에 통증이 왔는데 아들놈이 또 같은 알바를 주겠단다.
아파서 못하겠다는 말도 못하고 또 하겠다 했다. 이번에는 쉬엄쉬엄 해야겠다.
그 일이 끝나면 또다시 아들놈이 사준 천개의 퍼즐에 또다시 도전 할것이다. 내 가을은 또 바쁘겠다.
가을 원피스감도 끊어 놨으니 그것도 만들어야 겠고....
시원찮게 만드는 옷이지만 솔직히 만들때마다 작은 언니 생각이 난다. 언니도 하나 만들어 주고 싶어서다.
언젠가는 언니가 내 생각 많이 할것이다.친구도 딸도 없는 언니가 외로워질때, 한없이 외로워질때 그땐
나에게 손을 내어밀까? 알수 없다.
모든것, 저 위의 그분이 알고 계시니 그분의 뜻대로 살아야지.....
모든것은 다 지나간다. 이 더위도, 내 삶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