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허리야.....아이고 허리야.....
두 노인의 입에서 번갈아 나오는 소리다. 지난 봄만해도 이러진 않았는데,,,,
아들놈이 또 알바거리를 줘서 일을 하는데 지난 봄엔 거뜬히 해 냈는데 이 여름엔 또 다르다.
온 집을 물건으로 어질러 놓고 정신없이 일을 했다. 빨리 해 달라 하는 바람에 성당에도 못가고 했두만
그래도 예상외로 빨리 해결해 놓았다. 아이고 죽겠다.....
아침에 일어나니 온몸이 아프다. 옛 어른들이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다 하시더니 과연 그렇다.
이 폭염속으로 가을이 오는지 바람이 제법 시원해졌다. 밤엔 방문을 닫고 자는데 덥지가 않다.
안덮던 이불도 덮고 자게 되고 선풍기도 켜지 않고 잔다.
그렇게 이여름도 드디어 무대를 떠나게 되는것이다.
처서가 지나고 이젠 양산을 쓰지 않고 가을 햇살을 즐기려 한다. 따끈한 가을 햇살과 함께 서늘한 바람을 마음껏 즐기고 싶다. 긴 머리를 풀어 헤치고 바람에 머리칼을 날리고 싶지만 이 나이엔 긴머리는 아름답지 않다. 아침에 일어나 제일먼저 하는일이 머리를 묶는 일이 되었다. 어느새 이리 되었을까?
처녀땐 긴머리를 올백으로 넘기고 바람에 머리칼을 맡기고 다녔었다.
동네 할매들은 달띠이라고 했는데.... 그 깨끗하던 얼굴은 검버섯으로 덮히고....
얼굴만은 동안이라 내 나이를 봐주는 사람은 없으나 마음은 벌써 칠십이 훌쩍 넘은것 같다.
요즈음은 남편이 반찬투정을 하지 않는다. " 당신 왜 그래요? 예전 같으면 이 반찬을 두고 짜다 어떻다 잔소리가 늘어질건데 왜 아무말도 않아요? 이상하네?" 남편이 그런다" 내가 늙었능갑다"
세월이 사람을 만든다. 익은벼가 고개를 숙인다 하두만 과연 그 말도 틀리지 않았다.
돈만 있으면 나누고 퍼주고 내가 하고 싶은걸 하고 살겠구만...
예전, 젊을적엔 늙어가는 엄마, 이모들, 동네할머니들을 보면서 어디 한적한 곳에 넓은 집을 지어 혼자된 할어니들을 모시고 살며 나도 같이 늙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친정 형제들도 같이 살며 남은 사람이 먼저 죽는 사람을 묻어주고 그렇게 오손도손 살아 보고 싶었다.
그런데 이제 몸도 좋지 않고 하다보니 자식들 하고 같이 사는것조차 마다하게 된다.
큰 언니 처럼 나도 몸이 좋지 않아지면 요양병원에 가야 되는걸 기정 사실로 인정하고 있다.
자식들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남겨준 재산도 없는데 애들 힘들게 하고 싶지 않다
성당도 쉬는 월요일. 마루 안쪽으로 훌쩍 들어온 햇살을 본다. 훨씬 짙어진 햇살의 색갈은 아름답기 까지 하다
파마를 해야할까?
하느님아부지, 예수님, 성모님, 오늘 하루도 당신이 다 주관해 주시이소
저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저는 바봅니다. 알아서 해 주시이소....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