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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간다.....두번째

지나19 2018. 11. 15. 12:58

이질놈은  잠이 덜깬듯, 피곤한듯,  까칠한 음성으로 전화를 받았다.

" 섭섭게 생각말고 들어라, 네 아버지께 엄마를 외롭지 않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엄마하고 커피로 건배를 하고 화해를 했다.  아버지는 가셔야될 분이다. 종부성사를 드려라.

내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종부성사를 기다리시는것 같다. 그 추운 새벽에도 새벽 다섯시면 일어나

성당으로 가시던 분인데 종부성사를 받지않고 가시겠느냐?  그동안 아부지도 고생했고  너 엄마도

고생많이 했다. 아버지도 이젠 편해 지셔야 하고 엄마도 이젠 편해져야 된다.

가실분은 보내드리고  산 사람도 살아야지...."


내가 아무리 생각해도 더이상은 미련이 없을분 같은데 곰곰 생각해보니 그것이었다.

영감쟁이, 욕심 많은 영감이라 다르다.....  그래서 하늘나라 갈때에도  그렇게 영혼의 목욕을 하고

가실라고 그 고통을 참아내고 계셨구나.....



저녁에 돌아가셨다고 연락이 왔다.

어디로 가쎴을까?  어떻게 가셨을까?  내겐 한없이 무서운 그길을 어떻게 그렇게 편안한 얼굴로 가셨을까?

예전 부터 죽음을 한문으로는 사망이라 하고 영어로는 패스인가 패스드 인가로 말하지만 

우리말로는 돌아가셨다 한다. 이 돌아가셨단 말이 이렇게 아름답게 들리기는 처음이다.

온곳이 있으니 돌아갈곳도 있을것 아닌가?  내 존재의 근원인 그곳으로 돌아가는게 아닐까?  어느곳일까?


나무마다 물이 들었다. 메타세콰이아 나무도 저렇게 곱게 물드는걸 남쪽나라 사람인 나는 처음 보았다.

붉은잎, 노란잎, 갈색잎, 주황색잎, 붉은 색도 어떤것은 고운 빛으로 물들고 어떤것은 피빛처럼 붉게 물들고

어떤것은 타오르는 불꽃처럼 찬란한 붉은 빛으로 물든, 참으로 다양한 형태로 사라져 가는걸 봤다.

성질 급한 놈은 벌써 그 잎을 다 떨구고 나목으로 서 있었다. 겨울엔 그 적나라한 제 몸으로 이 세상을 또다른

아름다움으로 채울것이다.  참  자연은 생긴 그대로 살고  나는 자연에게서 많이 배운다.

이 반백의 머리를 염색 하지 않는것도 자연 그대로 살다가 자연 그대로 돌아가고 싶기 때문이다.


어리를 묶고 있으니 원불교 할매같다고 놀리지만  어떠랴?

내 살아온 날들이 내 얼굴을 만들것이고 내 살아온 날들이 내 갈길을 정할것이니  하늘아래 한점 부끄럼없다고 장담은 못하지만  내 나름대로는 정도를 걸을려고 노력하였으니  나도 편안하게 가길 바랄뿐.....



그놈의 욕심을 버려야 하는데, 도라지 4관이 저렇게 많을줄 몰랐다.

데레사가 4관을 시키길레 나도 4관 했는데  대전을 다녀온후 다듬기 시작했는데 예전 민요가사에서 얼크러절크러 살자란 말이 있더니 이게 바로 얼크러지고 절크러진거구나 싶게 서로서로 몸을 꼬며 붙어 있었다.

그냥 흙만 털고 씻으면 간단하다 생각했는데 뇌두를 자르고 이 엉킨놈들을 하나하나 풀어 흙을 씻으려니

몇시간을 쪼그려 않아 했다.  아침에 겨우 일어나 삶기 시작했다.

영감은 욕심 많다고, 그몸으로 우찌 할거냐고 소리를 질렀지만 니도 엄마되봐라  하고  도라지를 손질하고

아침부터 솥엔 도라지가 들어가고 하루종일 끓여대어 도라지 조청을 만들것이다.

먼지 많이 마시는 아들놈과 목에 가래가  끼어 애를 먹는 나와  기관지가 약해보이는 손자놈을 위한다면

이까짓것 못할까봐.....



일기예보에 며칠 후 부터는 초겨울 추위가 온다 한다.

이번주는 도라지 조청을 만들고 다음주일엔 김장을 담아야 겠다.


이번 가을을 정말 아름다웠다. 미세먼지 없는 하늘은 저녁마다 아름다운 노을을 주었고

형부의 죽음으로 나는 다시또 삶에대한 나 나름의 공부를 한 셈이다.


그저 다 하느님아부지, 예수님, 성모님 덕분입니다,  

고맙습니다 하느님울아부지,예수님, 성모님울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