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춥다,
언니가 준 밍크쟈켓과 두툼한 밍크 모자를 쓰고 성당을 간다.
재 개발로 황폐해진 고갯마루를 넘어 맞바람을 맞으며 걸어간다. 무성하던 까마중도 쓰러지고 자리공도 스러지고 이번 추위로 거의 모든 풀들이 맥없이 쓰러진다.
허리가 조금 덜 하두만 김장담고 도라지 조청하고 백김치담고 또 무우김치를 한바탕하고 나니 허리는
예전처럼 또 심하게 아프기 시작했다. 파스를 바르는것도 자꾸 잊어버리고 성당가는길 쉴곳없나 헤메지만
어디하나 궁둥이 붙일 데가 없는데 그제는 작은 찾집앞에 탁자와 의자를 놓아둬서 잘 쉬어 갔는데 오늘은
의자도 없어 난간에 기대어 유리창 안의 선인장과 어린왕자와 사막여우에게 인사를 했다.
어린 왕자는 그 작은 별에서 해지는걸 하루에도 수십번을 볼수 있다고 해서 그 책을 읽고 난뒤부터 나도 노을을 좋아하게 된것 같다. 노을은 나를 슬프게도 하지만 그 아름다움을 통해 하느님의 오묘하심을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언젠가 동남아로 가는 밤 비행기를 서울에서 탔는데 운해사이로 노을이 지는데 그때
그런 생각을 했었다. 이젠 죽어도 한이 없다는 생각..... 그곳은 이 세상이 아닌, 천상의 세상 같았다.
그 아름답던 구름위를 걸어보고 싶었고 그러면서 문득 깨달았던게 하느님께서 날 인간 만들려고 돈을 다
거둬 가셨구나 싶었다. 그렇게 위대한 자연을 보면서 나는 겸손해 지기 시작 했던것 같다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이 현실이 너무나 슬퍼서 죽고 싶기도 했고 우울증이 오고 공황장애가 오고
정신과 약을 십년넘게 먹고, 그러면서도 나 자신을 너무도 모르고 살았는데 하느님의 한 말씀으로
깨우치게 되고 모든것 비우게 되니 내 마음에 평화가 왔다.
오늘은 남편생일 행사를 댕겨 하기로 하고 저녁에 아이들이 온다 한다.
외식후 집에서 케익을 자르고 손자놈은 또 새이 투카 하이다아.... 하고 노래를 해 줄것이고
경기가 없어 힘들지만 아이들은 용돈을 줄것이고....
무엇보다 아이들을 본다는게 너무 기쁘다, 손자놈도 이쁘지만 내 아들들을 본다는게 너무 좋다.
엄마가 잘 키워주지도 못했는데도 이 못난 엄마를 사랑해주니 정말 고마울뿐....
바쁘다, 내일은 또 대구 제사 지내러 가야된다. 영감혼자 보낼라다가 그래도 일년에 몇번밖에 못보는데 싶어서
또 기차표를 예매 했다. 추운데 따듯하게 입고 가야지...
나는 아직도 잘 살아있다.
고맙습니다 하느님 아부지, 예수님, 성모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