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를 버리고 영감이 들어온다.
화장실등이 나간지 며칠... 예전엔 등 가는건 일도 아니두만 인제는 자신이 없는가 바쁜 아들놈을 불러서 갈았다.
나이가 팔십을 바라보더니 이젠 모든일이 힘들어 하는것 같다.
청소기로 청소 하는것도 하고 나면 허리가 아파 애를 먹고 나는 청소기의 흡입력을 이기지 못해 청소기는 영감이 돌리고 밀대로 닦는건 내가 하고....
이 많은 짐을 정리를 좀 해야될텐데 엄두가 안난다. 아들놈은 그냥 놔두고 편하게 살아라 한다.
나중에 집을 옮길때는 처리하는 사람 불러서 시키면 된다고 걱정하지 마라 한다.
그러고 보니 버리기엔 아깝고 별로 쓰이지도 않는 살림살이, 옷, 책, 책은 더 버리기가 힘이든다
이젠 파란 하늘이 보이는 것이 당분간은 비가 안올듯 하다
선풍기 바람도 더운데 영감은 에어콘 틀 생각은 없는가 보다. 그래, 내가 좀 참지.
버스를 타고가다보면 길가의 은행나무는 벌써 은행알을 조롱조롱 달고 있다.
계절이 빠르기도 하다 저렇게 은행알을 부지런히 키워서 다 떠나보내고 나무도 지쳤는지 잎이 노랗게 물들기 시작한다.
사람도 자연의 한 부분이지만 자연은 참 오묘하다.
작은놈이 손자놈 선물을 사왔다고 한다. 다행이다. 내 선물이야 까짓것 필요없지만 손자놈들이 좋아할걸 생각하니 작은놈에게 더 고마운 마음이 든다.
새로 산 천은 올이 얼마나 잘 풀리는지 빨리 만들어야 될텐데 이상하게 잘 만들던 옷이 안되네
컨디션이 안 좋으니 일도 잘 안된다. 어제도 영감 머리를 깎아주는데 파먹은 자리가 한둘이 아니다.
그러고 보니 요즈음 이상하게 꿈에 예전 내 어릴때 사람들을 자주보는것 같다. 왜일까? 전혀 생각조차 안하던 사람들인데..... 어제밤에도 어릴적 앞집에 샘물을 길어 먹었는데 그집샘 가엔 구기자 나무가 심어져 있어 물이 좋다고 했다.
우리집은 아버지, 엄마가 양반이라고 그 집에서도 양반 대우를 해주며 샘물 길어와도 절대로 눈치주는 일이 없었다.
다른 사람들은 한번씩 투정을 하는걸 들었는데 지금도 그집아들 동창놈을 만나면 그 친구는 우리 아버지를 존경한다고
엄마, 아버지를 기억하고 있는데, 내가 그집에 가서 내 얘기를 하며 예전에 참 고마웠다고, 그집 할머니가 입성이 깔끔했고 큰딸 이름이 광자라고 하며 얘기를 나누는 꿈을 꾸었다. 참 희안한 일이다.
하느님께서 가자 하면 언제라도 가야 되지만 야웅이와 영감부터 보내야 내 가는 발길이 가벼울텐데.....
영감과 둘이서 우리가 죽고나면 대구의 영감 형제들께만 연락하고 친정형제에겐 아무도 연락하지 말고 장례를 치르자 했다. 안부 한번 전하지 않는 형제는 연락할 필요가 없다는게 내 생각이다,
단톡방을 만들어 초대 해 놓고는 입을 다물고 있는 작은언니단톡방은 언니의 세째아들도 나가버리길레 나도 미련 없이 나와 버렸다. 이젠 미련도 후회도 없고 가족들에게도 조용히 보내달라고 부탁해야겠다.
비가 너무 오래 오니 마음까지 심란해 지더니 햇살 아래 맨얼굴로 다니긴 힘든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