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645

기다리던 일요일

기다리던 일요일이다. 일찍 일어나 준비를 하고 따듯하게 입고 모자 쓰고 장갑끼고.... 근데 날씨가 따듯한지 땀이나기 시작했다. 새로생긴 아파트를 끼고 고개를 올라 성당을 가는데 내가 날아 가는것 같았다. 십오분가량 걸린것 같다. 허리가 조금은 불편해도 허리가 곧추서고 무릎도 덜 아프고 하니 편안하게 걸을수 있어 행복했다. 마침성가를 부를때 번개같이 일어서서 루시아 형님께 인사드리고 쫒아나왔다. 미사 끝난 다음 기도를 시작하면 한 참을 해야 되는데 왠지 빨리 집에가야 될것 같았다. 집에 들어오자 말자 화장실로 직행했다. 샤워를 하고 나니 살것 같다. 사람이란 참 간사한 물건인가, 내가 간사한가, 더울땐 덥다고 난리고 춥다고 난리다가 잠깐 땀이 나는건 그걸 또 못견디는 내가 기가 찼다. 혈압약, 고지혈증,..

카테고리 없음 2023.11.19

그럼 되었지?

"희야, 전화 받어라" 둘째 시숙이다, 요양원에 계시는, 힘든 목소리로 억지로 말씀 하신다. " 제수씨, 내가 돈을 이백만원 정도 보낼거니까 구호는 주지말고 제수씨가 갖고 있다가 꼭 필요할때 쓰소," " 아주버님, 안 그래도 병원비 많이 들어가는데 괘안심더" "내 병원비 마이 있구마, 걱정말고 그돈 구호주믄 안되고 제수씨가 갖고 있다가 꼭 필요한데 쓰소! " 힘들게 말씀 하시는데 그 따듯함이 느껴져 고맙다고 하고 끊었다. 시동생께 전화했다. " 아지매, 나도 전화 받았구마, 그거 치맵니더, 치매! " "치매든 뭐든 마음에 있으니까 말로 나오는거 아이겠능교? 달이아재, 혹시나 돈을 주거든 갖고 있다가 병원비로 드리소. 내사 그 돈 받을 염치도 없구마" "알겠심더" 돈 많은 사람은 지돈 챙기느라 옆의 형제들..

카테고리 없음 2023.11.17

명의는 명의인 모양

예약한지 보름만에 병원엘 갔다. 아침에 다시 지도를 보니 아무래도 내가 올라가기 힘든것 같아 작은놈에게 부탁했다. 작은놈은 엄마가 가기가 힘든 길이네 하면서 흔쾌히 와 주었고 덕택에 편안히 다녀올수 있었다. 의사는 처음온 환자 여나믄 명을 모아놓고 병에대한 얘기와 대처와 운동방법 까지 시범을 보이며 마지막으로 하는 말이 다시는 병원에 오시지 않도록 하는게 치료의 목적이라 하고 하셨다. 오늘 처음온 환자의 생활권을 물어 보시는데 놀랐다. 부산에서 온 사람은 나 하나고 대구, 영천, 심지어는 제주도에서 까지 왔다. 확실히 명의는 명의인 모양이다. 아픈건 허리와 다리인데 목에 두대, 허리에 세대, 양쪽 무릎에 한대씩. 주사바늘을 찌르실때 인정사정 없이 찌르셨다. 연세는 팔십이 넘어 보였는데 그 눈빛만은 형형했..

카테고리 없음 2023.11.14

서글프다

어제는 모처럼 교중미사를 갔다, 앞자리에 앉으니 신부님이 바로 보이고 꽃꽃이 해 놓은 꽃들이 보였다. 국화와 맨드라미 그리고 까치밥으로 짙어가는 가을을 잘 표현해 놓았다. 그동안 자주 못 뵈던 루시아형님, 히야친따형님 등등.... 평화의 인사를 나누며 여러 형님들을 뵈니 내가 안보는 동안 참 많이도 늙으셨다. 루시아 형님께서는 니를 보니 참 반갑고 기분이 좋다고 하신다. 나도 그 형님이 좋다. 그러나 그 형님은 너무 부자다. 미국에서 살다가 이젠 연세가 드니 남편이 잠든 현충원에 따라 묻힐란다고 귀국하셨다. 통도 크시고 베품도 잘 하시는데 나는 그 형님께 드릴게 없다. 아무것도 필요한 것도 없으시고 음식을 나누고 싶어도 다 못자시니까 버리기가 더 힘들다고 마다신다. 성당옆 빈터에 명아주가 바알갛게 물이 ..

카테고리 없음 2023.11.13

무조건 감사하자

생일이라고 대구 둘째형님이 커피를 보내 오셨다. 세상 참 좋다. 전화기로 커피를 보내 오셨으니 이런 세상이 올줄은 우리는 상상도 못했다. 세레나 형님께 전화를 드렸다. 오랫만에 둘이서 오붓하게 차 한잔을 마시며 오만 얘기를 다 했다. 아저씨가 치매기가 있으신것 같다고 걱정하셨다. 우선은 치매안심센터로 가셔서 검사부터 해 보시라고 했더니 아저씨가 할라나? 하셨다. 형님은 올해 77세인데 이삼년 전까지 파출부 일을 하셨다. 아저씨는 미군부대에서 일 하시고 아들둘 다 집까지 장만해서 장가를 보내고 직장도 다 잡아주었다. 아들들이 자리잡고 살고 있었지만 형님은 아들들 한테 손 벌리지 않겠다고 일을 하셨다. 본 받을 점이 많은 형님이다. 이웃사촌이라더니 의지가 되는 형님이다. 살기가 왜이리 힘드노 했더니 요즈음은..

카테고리 없음 2023.11.10

생일은 내일인데....

생일은 내일인데 아들놈들 시간에 편하게 그제는 작은놈이 밥을 사주고 봉투를 주고가고 어제는 큰놈이 와서 밥을 사주고 봉투를 주고가고 그래도 챙겨주는게 어디냐 싶다가도 가끔은 시어마이 용심이 솟구치기도 한다. 며느리 손으로 따끈한 미역국 얻어먹을 시대는 지나갔다 하지만 매번 외식으로 하는 생일나기.... 그러나 마음속으로 체념한지 오래, 국 한그릇이 뭐라꼬.... 묵고 싶으면 내가 끓여 먹으면 되지. 그러나 내 생일날 내 손으로는 절대로 국을 끓이지 않는다. 복 없는 년이 생일 챙겨 먹으면 귀신이 질투한다는 말이 있었다. 그런 말 때문에도 그렇지만 내 생일을 내가 챙겨 먹기는 더 싫었다. 작은놈은 아이를 낳지 않으니 손자는 큰놈에게서난 두 놈이다. 그중 작은 손자는 한 일년을 일주일에 두번을 내가 봐 주게..

카테고리 없음 2023.11.05

무대위의 배우처럼

냉장고의 언 소고기를 내어놓는다. 12시나 되어 겨우 일어나는 영감께 오늘은 억지로 미역국을 먹여야 겠다. 오로지 소고기국만 고집하는 영감이 맘에 안들지만 내 어깨에 무겁게 올라앉은 이 운명은 내가 짊어지고 가야 한다. 자기만 생각하는 이 이기심은 언제부터 생겼는지 모르지만 나는 애초에 포기했다. 새삼처럼 그저 기생해서 편하게 살고 싶은데 그게 안되어 사는게 힘들어 하는 그를 원망한들 소용이 없다. 다 내 탓이다. 내탓이고 내가 겪어야 하는 일이니 기꺼이 겪어야 되는 일이라고 내 마음을 달랜다. 우리집은 하루의 시작은 영감이 일어나 밥을 먹고 난 후 부터다. 그러니 일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버리는 것도 영감모르게 버려야 되고 또 대부분은 영감이 알게 마련이다. 이 좁은 집에서 외출도 않는 영감에게 들키..

카테고리 없음 2023.10.28

또 하루가 지나간다.

오늘도 병원에 갔다. 아들처럼 편안한 의사쌤이다. 실제로 작은놈 하고 같은 나이다. 종합 검진은 내년에 받기로 하고 영양제 주사와 독감 예방주사까지 맞고 왔다. 병원에서 43000원, 약국에서 매월먹는 약과 니조랄, 기관지에 좋은 사탕까지 근 70000을 썼다. 오는길에 길가 과일파는데서 단감을 15000원. 생강10000원 감자 5000원을 사서 영감이 들고 집에 먼저가고 나는 편의점가서 영감담배 45000원. 그리고 집앞 작은 시장에서 햅쌀 한되6500원. 바나나4000원. 집앞 사과박스포장 하고 남는사과를 샀는데 20000만원. 사과값은 작년의 배가 올랐다. 둘이 살아도 먹을것은 먹어야 되고 쓸건 써야되고 아끼고 살자 하다가도 사과도 오랫만에 문을 열어놓고 파니까 팔때 사야되고 단감과 바나나도 밥대..

카테고리 없음 2023.10.25

그렇게 헤어지는거지...

아니, 저건? 깜짝 놀랐다. 아주버님 입관식에 들어가니 아주버님 머리카락이 하나도 없이 스님처럼 민둥머리에 피부색은 유난히 노래 보였다. 시신을 어른들 보내면서 몇번 봤지만 이런 충격은 처음이다. 우리 시어머니는 입관식때도 얼마나 이쁘시던지 나는 어무이 얼굴에 볼을 맞대고 울었었다. 무섭지도 않았고 어머니께 불효한것 미안한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어머니를 붙들고 실컷 울고 싶었는데 식구들 눈치 보느라 지대로 울지도 못했었다. 동서 시집이 무섭다더니 눈치도 없는내가 동서 눈치를 다 보고... 그렇게 장례식장에서 가르쳐 주는대로 예를 드리고 마침내 장지로 향했다. 화장장 밖에는 바람이 몹시도 불어 나뭇잎들이 떨어지고 고인을 그 불구덩이에 밀어넣고 우리는 점심을 먹었다. 모두가 예상하고 각오한 일이지만 무덤덤..

카테고리 없음 2023.10.24

편안히 가세요...

님편은 아들 사 형제중 셋째다. 첫째 아주버님은 지금 중환자실에 누워 계시고 둘째 아주버님도 뇌질환으로 걸어다니시기가 힘이든다. 막내는 그래도 아직 사회활동하며 잘 사는데 막내 시동생이 애먹는다. 형들이 모두 몸이 안 좋으니 이번 추석에도 혼자 묘지에 가서 인사드리고 왔다. 시아버지가 남편을 낳고는 돈을 많이 벌었다고 한다. 시 할아버지때도 사는건 잘 살았다 한다. 시할아버지가 돈을 좀 없애고 시아버지가 또 돈을 많이도 없앴다. 시어머니는 한글을 몰라 시아버지가 무시를 한 모양이라, 다른 여자와 바람이 나고 그 여자는 태생이 서울이라 대구말로 야시라 했다 한다. 시아버지 돈은 그 여자를 통해서 사채를 놓고 시아버지가 중풍에 걸려 아들들이 그 사채장부를 달라고 하니 내가 일어나서 다 해결한다 하시더니 못 ..

카테고리 없음 2023.1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