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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우짤래?

현관을 나서다 말고 다시 들어와 스틱을 들었다. 아무래도 걷기가 힘들다. 동네 야산에 큰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서 아파트 사잇길로 천천히 걸어갔다. 빨리 걸을수가 없다. 비싼 아파트 인데 조경은 별로다. 성전을 들어서니 예수님 고상은 보라색 천으로 싸여 있고 리모델링 한 성전은 화사하고 깨끗했다. 14처에도 조명이 들어오니 그럭저럭 볼만 했다. 성당에선 오늘이 예수님 돌아가신 날이고 사흘뒤 일요일에 다시 부활 하신날로 정하고 행사를 하고 있다. 그러면서 예수님께서 박해를 당하며 돌아가신 그 순간을 14개로 쪼개어 묵상기도 하는걸 14처기도 라고 하며 오늘은 성 금요일로 정하였다. 종교를 떠나서 나는 예수님께서 자기의 사상을 지키기 위하여 죽음도 마다 않으신 그 신념을 존경하고 따르려 하고 기린다는 마음으로..

카테고리 없음 2023.04.07

빚은 언제 갚노?

"엄마, 어디 계세요? " "집이지 " " 조금 있다 갈께요 " 짜쓱, 엄마가 집에 없으면 오지 않는다. 아들놈들이 아부지 하고도 잘 어울리련만 내가 없으면 오지 않는다. 점심을 집에서 먹자 하니까 아들놈, 엄마 아버지 외식 시켜 줄라고 시켜 먹자 한다. 집에는 소고기국도 있고 어제는 쪽파와 김까지 무쳐 놓았는데 기어이 시켜먹자 해서 오랫만에 아구찜을 먹자 했다. 아구찜 중이 32000원이고 배달비 까지 34000원이다. 늙은 우리는 돈 아까워 벌벌 떨며 못사먹는데 아들놈이 그걸 헤아리는지 가끔씩 와서 이렇게 사 주곤한다. 정말 오랫만에 아구찜을 먹었다. 그제 끓인 소고기국을 싸고 파와김을 무친 반찬을 또 싸고 대구알 두 덩어리 까지 보냈다. 그래도 손에 뭘 들려 보내니 기분이 좋다. 온 식구가 감기를 ..

카테고리 없음 2023.04.05

사는게 힘들다.

열 사흘달이 제법 둥글다. 밤하늘엔 엷은 구름이 깔려 있는듯 하였고 별을 찾는 내 눈엔 가로로 길게 뻗은 인공위성인듯한 별이 두개, 그리고 별 세개가 보였다. 가로로 길게 보이는 별을 내가 왜 인공위성이라 단정 하는가 하면 어릴적부터 본 별은 그렇게 옆으로 긴 별은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별은 자리를 자주 바꾸고 있었기 때문에 인공위성이라고 단정하고 보는 것이다. 이 도시에는 도시의 불빛이 하늘의 별을 다 가려 버린다. 어릴적 여름날 마당평상에 누워 바라보던 그 많은 별들과 은하수를 나는 잊을 수가 없다. 집뒤 동산의 풀밭에 누워 보던 하늘색갈과 뭉게 구름들...... 강물에 비춰지던 저녁노을과 강가에서 줒은 흰 고무신이 붉게 물든 강물에 동동 떠서 흔들리며 떠 내려가던 그 장면을 잊을수가 없다. 어..

카테고리 없음 2023.04.03

아름다운 계절

무릎이 너무 아팠다. 운동을 안해서 그런가 싶어 오랫만에 시민공원을 가기로 했다. 배낭을 메고 스틱을 짚고 휘청거리며 걸어가는데 스틱을 짚고 가도 온 다리가 다 아팠다. 계속 이렇게 아프면 어쩌나 걱정을 하며 가는데 공원에는 온갖 꽃들이 피어 있었다. 박태기나무꽃도 풍성하게 피었고 목련, 조팝나무, 철쭉, 팬지, 광대나물도 꽃이 무성했고 갈퀴나물도 꽃을 피우고 민들레, 냉이꽃, 벚꽃은 구름처럼 피었고 물가엔 벌써 창포가 피어 있었다. 3월 말인데 창포가 피다니..... 집에오니 겹벚꽃도 피고 있었다. 지난겨울 죽은줄 알았던 무화과 나무도 그 모진 추위를 견디고 싹을 티우고 있었다. 내 마음이 많이 아플땐 그 작은 꽃 하나하나가 눈물이 되었었다. 어쩌면 그렇게 애틋하던지.... 민들레도 사람들의 발길이 많..

카테고리 없음 2023.03.30

고치기 힘든 병

고치기 힘든 병에 걸려 버렸다. 어제 저녁 미사참례 할려 했는데 작은놈이 온다고 해서 내일 일요미사 가지 하고 작은놈과 저녁을 먹었다. 사십대에 벌써 당뇨가 와서 힘들게 식단조절을 하는 놈이 고기는 실컷 먹어도 된다며 아부지 좋아하는 빵까지 사 가지고 왔다. 넷이서 삽겹살 십인분을 먹는다. 아들놈과 며느리는 둘다 고기는 잘 먹는다. 이렇게 가끔 와서 고기를 같이 먹고 내가 집에 있는 음식을 싸 줄라면 질색을 한다. 식단 조절을 얼마나 독하게 했는지 아들놈 얼굴이 헬쓱하다. 산더미 만 하던 배가 쏙 들어가고 허리가 잘룩해졌다. 근데 앉았다 일어서면 어지러워 며칠전엔 응급실까지 갔다왔다 한다.당뇨 약 때문이라 한다. 마음이 아프다. 아들놈 당뇨치료 하면서 살도 뺀다고 식단관리를 얼마나 혹독하게 했던지 밥을 ..

카테고리 없음 2023.03.26

다~~~ 고맙다

한약으로된 약을 사고 속옷, 양말, 조미료, 봄바지 등등..... 박스안에 공기를 빼가며 야무지게도 넣었다. 꼼꼼한 영감이 박스 포장은 잘 한다. 2키로도 안되는 화물이 비행기로 가게 되니 운송료가 이십만원이 훌쩍 넘었다. 삼십여년전 꽃동네 봉사자로 활동하던 형님을 만났는데 자주 만나다 보니 그 형님이 너무 좋았다. 하루는 형님이 일하시는데로 찾아가서 " 형님이라 해도 되요? " 하고 물었다. 그당시의 나는 남에게 형님이라는 말은 절대 하지 않았다. 그리고 사람을 사귈때는 절대로 내가 먼저 다가가지 않았다. 핸디켑이 많아서 였는지 이상하게 내가 먼저 다가가기가 그렇게 어려웠다. 그러던 내가 처음으로 형님으로 부른이가 생겼다. 하느님을 끔찍이 모시는 그 형님 덕택에 갈대처럼 흔들리던 내 믿음이 이젠 조금 ..

카테고리 없음 2023.03.24

마귀의 속삭임

" 요새 성당에서 니 얼굴을 볼수가 없네? " " 예, 저는 토요일 저녁미사를 많이 갑니다" 대답은 잘 한다. 벌써 두 주일인가 세 주일째 미사를 못갔다. 나는 성당은 못믿어도 하느님은 믿는다. 이번에 새로 부임하신 신부님은 왕성한 활동을 하시며 성령활동을 많이 하셨다 한다. 야산 하나를 완전히 재개발 하면서 우리 성당도 할수 있었는데 성당측의 욕심으로 무산되고 아파트가 완공이 되고 입주가 되면서 새 신부님이 부임하셨는데 성당 수리가 시작 되었다. 오랫만에 가보니 여자 화장실 위치가 바뀌면서 화장실을 세개에서 다섯개로 늘리면서 다 비데를 놓고 앉아보니 변좌까지 따듯했다. 성전에 있던 동판으로 만들어진 14처는 유리인가 뭔가로 만들걸로 바꿨는데 예술품을 잘 모르는 내가 보기에는 도대체 어전 스럽기만 하고 ..

카테고리 없음 2023.03.21

서글픈 인생

오랫만에 시내에 갈 일이 있어 버스를 타고 갔다. 뭐 요즈음 시내가 따로 있냐만은 우리나이의 시내는 남포동 광복동이다. 마침 집앞에 바로가는 버스가 있어 한번만 타도 갈수 있다. 반반한 땅만 있으면 아파트가 바벨탑처럼 올라간다. 인정도 없고 그저 편리함만 있는 아파트, 바다도 메워서 아파트를 짓고 산도 깍아내고 아파트를 짓는다. 서면로타리 지하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 앞엔 노인들의 줄이 길다. 아픈 무릎이 내리막은 더 힘들기 때문에 나 역시도 내려가는 계단은 무서워 엘리베이터나 에스카레이터의 힘에 의존한다. 그 동네를 떠난지 근 삼십년이 되었네...... 국제시장...... 그때는 대청동 쪽에서 국제시장을 보면 길은 안보이고 사람머리만 까맣게 동동 떠 다니곤 했다. 이젠 길이 훤히 보인다. 예전의 영화는 ..

카테고리 없음 2023.03.16

생각하기 나름이다.

" 희야, 시간 있나? " 점심을 먹는 도중에 포항 언니가 전화가 왔다. 부산엘 오는데 해운대 도착이 세시반이고 저녁엔 다시 포항으로 가야 된다며 시간이 된다면 만나자는 것이었다. 버스를 타고 해운대로 갔다. 그쪽으로 다녀온지가 언제인지 기억도 가물거리는데 가는 길 옆에는 전에는 없던 고층 아파트들이 하늘을 찌르고 있고 동백섬 가까이 부터는 공기부터 부산한듯 왠지 바쁜듯한 기분이 들었다. 새로생긴 터미널을 물어서 찾아가니 차가 아직 들어오지 않았다. 마침내 같이온 이질은 친구들을 만나러 가고 우리는 무인 찻집을 발견하고 들어가 앉았다. 자판기와 테이블 몇개가 있는 찻집은 노부부인지, 두 사람이 창가를 향해 앉아 있었고 우리는 안쪽자리에 앉았다. 자판기 정도야.... 하고 주문을 했는데 도대체가 되지 않는..

카테고리 없음 2023.03.13

집사는 힘들다.

아직 캄캄한데 저 놈이 와 저라노? 더듬더듬 휴대폰을 찾아 시간을 보았다. 새벽 4시 35분이다. "얌마, 지금이 몇시인데 벌써부터 깨우노" 아이고 저걸 우예야 되겠노? 죄받을것 같아 생각을 바꾸고 화장실을 가서 따듯한 물을 받아 주니 허겁지겁 먹는다. 나도 저래 따신물만 먹으면 몸에 좀 좋을낀데..... 따듯한 물은 혀를 깊이 넣어 물을 퍼 올리는것 같은데 찬물은 혀 끝으로 감질나게 먹으면서 온 얼굴에 물을 뭍힌다. 따듯한물을 달라고 당당하게 소리치는 놈이 가끔은 말없이 찬물을 먹을때도 있다. 추운 겨울 안쓰러워 따신 물을 주었더니 그 따신물이 좋았던지 그때부터 사계절을 따신물을 달라한다. 손으로 물온도를보면 기분좋은 따듯한 물을 좋아하고 미지근한 물을 주면 화난 눈빛으로 가 버린다. 고양이 키우는 사..

카테고리 없음 2023.03.06